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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자
[아침묵상 – 호세아 1장 1-11절] 호세아는 북쪽의 이스라엘 사람이고, 이스라엘의 전성기 중 하나로 알려진 여로보암 2세 치하에서 예언을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잘 나가고 있을 때’ 곧 망한다는 예언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이유는 야훼 하나님만을 섬기지 않은 것 때문이라고 선포하였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이 선포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지만, 호세아의 동시대인들은 비웃었을 가능성이 큰 예언입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야웨 하나님과 더불어 다른 신들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농사가 잘되게 하는 신과 전쟁에서 이기게 하는 신이 따로따로 필요하다고 믿었으며, 자손을 번성하게 하는 신과 날씨를 조절하는 신이 ..
[아침묵상 - 다니엘 12장 1-13절] 다니엘서는 구약시대에서 신약시대로 넘어오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는 책입니다. 구약성경의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는 부활, 영생과 같은 개념들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2절).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지옥이라는 개념도 구약성경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구약에는 지옥이 아닌 스올이 있는데, 스올은 거대한 무덤 같은 개념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멸의 공간인 셈입니다. 하나님께서만 스올에 들어간 사람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삼상2:6). 다니엘은 여기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전에 알던 스올과는 다른 세계에 대한 계시를 받습니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서 영원히 수치와 부끄러움을 당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2절). ..
[아침묵상 – 다니엘 10장 1-21절] 힛데겔 강변에서 환상을 본 다니엘은 기절(רָדַם)해버리고 말았습니다(9절). 다메섹으로 가던 길에 주님을 만난 바울이 눈이 멀어버렸던 것처럼, 다니엘은 매우 강렬한 환상체험을 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자는 기절한 다니엘을 일으켜 세우고(10절), 하나님의 말씀을 대면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다니엘에게 불어넣어 줍니다(12,19절). 현실을 직시하고 진실과 대면하는 일은 호기심과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진실을 감당할 용기가 함께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환상 가운데 들은 계시는 전쟁에 관한 것인데(1절), 사실 그 핵심은 그 전쟁들의 끄트머리에 이스라엘이 당하게 될 심각한 고난에 관한 계시인지라 다니엘은 깊은 시름에 잠겨서 3주 동안 금식에..
[아침묵상 – 다니엘 9장 1-27절] 크로노그래피(chronography)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를 실제 연대가 아닌 개념화된 연대에 따라 기록한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가 사람의 나이로 보기 어려운 숫자들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실제 역사가 아니라 개념화된 역사로 보는 방식입니다. 다니엘은 예레미야 선지자가 예언한 70년(렘25:11)이라는 숫자를 크로노그래피 기술 방식에 따라 재해석합니다. 그 숫자는 단순하게 70년이라는 연수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일흔 이레”(24절)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라는 것입니다. 다니엘은 이 사실을 천사 가브리엘의 계시를 통해 깨닫게 되며, 그 계시의 내용 역시 숫자로 된 연대기가 아니라 개념화된 크로노그래피 형태..
[아침묵상 – 다니엘 8장 1-27절] 예수께서 솔로몬의 행각에서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메시아임을 밝힌 수전절(요10:22)은 토라에 기록된 절기는 아니지만 유대인들이 매우 중요하게 지키는 절기입니다. 그 수전절(하누카)은 본문 14절에 예언된 사건, 즉 성전을 정결하게 한 날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한자어 수전(修殿)이라는 말은 성전을 닦는다는 뜻이고, 히브리어 하누카(חֲנֻכָּה)는 봉헌이라는 뜻입니다. 이 절기는 셀류쿠스 왕국의 안티오쿠스 4세의 폭력적인 문화개조 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라는 걸출한 지도자 덕분에 이스라엘은 거대한 제국을 상대로 벌인 전쟁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루살렘을 재건하고 하나님께 봉헌하는 예배를 드릴 ..
[아침묵상 – 다니엘 7장 1-28절] 다니엘이 꾼 꿈은 이스라엘이 겪게 될 또 하나의 비극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알렉산더의 후예인 헬라제국에 의한 폭력적인 문화개조 정책입니다. 셀류쿠스 왕조는 할례, 안식일준수, 율법준수 등 이스라엘이 중요하게 지켜온 것들을 모두 금지했고, 희생제물로 돼지를 사용하게 하고, 제우스의 신상을 성전에 세우는 등 헬라 문화를 이스라엘에 강요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강압적인 통치가 시작된 까닭은 다름 아닌 유대인 내부의 분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친일파가 있는 것처럼, 이스라엘에도 헬라인들과 야합한 자들이 있었습니다. 안티오쿠스 4세에게 뇌물을 바치고 대제사장의 자리에 오른 야손과 메넬라우스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그들은 대제사장의 자리를 놓고 ..
[아침묵상 – 다니엘 6장 1-10절]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가 그랬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고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실정법을 지키기 위해 독배를 마셨고, 그래서 세계가 인정하는 성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불분명한 잡설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실정법을 지켜주기 위해 독배를 마신 것이 아니라, 힘으로 철학과 사상을 억압하는 자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독배를 마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을 포기하면 살려주겠다는 법정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나, 도망할 기회를 거부하고 독배를 마셨다는 기록 등이 보여주는 소크라테스의 면모입니다. 소크라테스보다 한세기전에 살았다는 다니엘도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숨어서 기도하는 방법도 있..
[아침묵상 – 다니엘 4장 19-27절] 느부갓네살의 첫 번째 꿈이 세계의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꿈은 느부갓네살 자신에 관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꿈은 흉몽인지라, 해몽을 의뢰받은 다니엘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동안 망설입니다. 그러다가 느부갓네살로부터 ‘괜찮으니 말해보라’는 말을 들은 후에야 겨우 꿈을 풀어주게 됩니다. 다니엘의 해석은 느부갓네살이 이룬 위업이 하늘에 닿을 듯하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그 모든 것을 일시적으로 잃게 하실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느부갓네살은 자신이 바벨론에서 이룬 업적들을 왕궁 지붕 위에서 감상하며 자부심을 표출합니다(30절). 그의 자부심은 이른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메디아와 연합하여 당대 최고의 강..
[아침묵상 – 다니엘 3장 16-18절] 권위에 복종하지 않은 자, 힘에 굴복하지 않은 자는 불구덩이에 던져집니다. 이것은 바벨론의 통치전략이었고, 철저하게 잘 지켜졌습니다. 바벨론에게 반기를 들었던 모든 나라가 뼈저리게 경험한 바이기도 하고, 예루살렘이 당한 일이기도 합니다. 권력은 항상 절대권력이 되어보려는 욕망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손가락질 하나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어본 사람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력이 무너지지 않게 하고 싶어질 것이고, 어디에서나 통하도록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존재나 세력이 있다면, 자기 친부모라도 용서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느부갓네살이 세운 높이 27m의 거대한 신상은 그와 같은 권력욕을 상징합니다. 누구든 그..
[아침묵상 – 다니엘 2장 25-30절] 느부갓네살은 그의 아버지 나보폴라사르의 뒤를 이어 바벨론을 고대 근동의 지배자로 세운 힘 있는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강력한 왕도 왕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왕일 때는 심적인 압박감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느부갓네살이 꿈을 하나 꾸게 되는데, 그 꿈을 간단하게 줄이자면, 휘황찬란한 큰 신상이 산에서 날아온 돌에 산산조각이 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느부갓네살이 똑같은 꿈을 나중에 제국을 굳건하게 한 후에 꾸었다면 신하들을 달달 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왕이 된 지 2년밖에 안 된 이 젊은 왕은 자신이 꾼 꿈이 매우 불길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국 내의 난다긴다하는 지혜자들(혹은 박사들, חַכִּים)로부터 충분한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