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7월 4일 다니엘 3장 16-18절 본문
[아침묵상 – 다니엘 3장 16-18절]
권위에 복종하지 않은 자, 힘에 굴복하지 않은 자는 불구덩이에 던져집니다. 이것은 바벨론의 통치전략이었고, 철저하게 잘 지켜졌습니다. 바벨론에게 반기를 들었던 모든 나라가 뼈저리게 경험한 바이기도 하고, 예루살렘이 당한 일이기도 합니다.
권력은 항상 절대권력이 되어보려는 욕망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손가락질 하나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어본 사람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력이 무너지지 않게 하고 싶어질 것이고, 어디에서나 통하도록 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존재나 세력이 있다면, 자기 친부모라도 용서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느부갓네살이 세운 높이 27m의 거대한 신상은 그와 같은 권력욕을 상징합니다. 누구든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절대권력, 복종하지 않는 자는 불에 태워서 흔적도 남지 않게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향한 바벨론의 탐욕을 드러낸 물건이 바로 그 신상입니다.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권력에 대해 불복종하려면 대가 없는 죽음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의 결단에 나타난 바와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지 않으실지라도 그런 굴종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외쳤지만, 그 결과는 비참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다른 신의 신상에 대한 절”이라는 차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최근에 어떤 정치인이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가서 합장하지 않을 일 때문에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었는데, 이 사건은 우상숭배 문제를 코메디로 전락시킨 최악의 반기독교적 해프닝입니다.
만일 그가 정말로 죽음을 각오하고 합장을 거부하려 했다면,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합니다. 누가 억지로 끌어다 놓은 것도 아닌데 굳이 제일 앞자리에 가서 시선을 끈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가 이런 사람이니 나를 지지해달라는 퍼포먼스가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이 사건이 왜 신앙을 코메디로 전락시킨 사건이냐 하면, 그가 나중에 ‘몰랐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신앙 때문에 합장을 안 한 것이 아니라 합장해야 하는 줄 몰라서 그랬다고 변명한 것입니다. 합장을 거부해서 얻을 표보다 잃을 표가 많다고 판단되자 자기 행동을 스스로 부인해버린 것입니다. 이로써 그는 일순간에 수많은 기독교인을 비웃음거리가 되게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비웃음은 기독교인들이 자초한 비웃음이기도 합니다. 우상숭배의 본질을 제대로 모른채 그저 절만 안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종교를 무조건 부인하고 반대하는 것이 우상숭배 금지인 것으로 착각한 채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상숭배 금지의 본질은 하나님이 아닌 존재가 우리를 지배하려 하거나 유혹하려 할 때 그것을 거부하는 일입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거부한 우상은 하나님 위에 서려 하는 절대권력이었고, 머리를 숙이기만 하면 부귀영화를 약속하겠다고 속삭이는 사탄의 유혹이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거부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그렇게 했습니다. 즉, 우상숭배 거절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고, 그에 대해 전혀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그렇게 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상 죽음의 위협조차 그들의 믿음을 넘어뜨리지 못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의 믿음을 보존하셔서 다음 세대를 잇는 다리로 삼으셨습니다. 다른 도시들보다 7배나 더 혹독한 불구덩이가 되어버린 예루살렘, 초토화되어버린 예루살렘을 되살리는 생명의 씨앗이 되게 하신 것입니다.
[다니엘 3장 16-18절]
16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왕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느부갓네살이여 우리가 이 일에 대하여 왕에게 대답할 필요가 없나이다
17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18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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