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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자
[아침묵상 – 에스겔 36장 16-38절] 주기도문의 첫 문장은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기를 비는 기도입니다. 개역성경은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고 잘못 번역했지만, 새번역에서는 ‘거룩하게 하시며’라고 제대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에스겔 36장은 이 기도가 왜 중요한 기도인지를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이 나라 안팎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혔으나, 하나님께서 스스로 그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는데, 그 거룩하게 하심의 내용이 바로 이스라엘의 회복이기 때문입니다. (1) 즉,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이름을 위하여 일하시는데(22-23절), 그 일하시는 과정과 결과가 사람의 구원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의 핵심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아침묵상 - 에스겔 34장 1-31절] 기독교에서 ‘목자’라는 이름은 예수님과 그 뒤를 잇는 제자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성경 전체에서는 목자가 항상 영적인 교사의 직분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특별히 에스겔 34장에서 사용된 ‘목자’는 신앙적인 의미에서의 리더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미에서 리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양 떼를 먹이고 돌보는 의무를 부여받은 그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강하게 심판하는 메시지가 34장에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로 지적된 정치인들의 죄는 ‘자기만 먹은 죄’였습니다(2절).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든 이스라엘 같은 고대 신본주의 사회에서든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권력은 국민을 혹은 양 떼를 먹이도록 위임된 힘이며 소수가 그..
[아침묵상 – 에스겔 33장 10-20]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심판하신다는 중요한 말씀을 듣게 됩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거나(10절) 혹은 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13절)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의 마음이 무엇이냐를 묻는 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나님의 판결 원리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죽어 마땅한 죄인이라도 죄에서 돌이킬 수 있다면 그는 살 수 있다. 2) 당연히 살 것으로 생각하던 의인이라도 돌이켜 악을 행하면 그는 죽는다. ‘죄에서 돌이킨다’는 말의 뜻은 최대한 온전하게 이해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회개는 삭개오의 회개입니다(15절). 불의하게 얻었거나 물려..
[아침묵상 – 에스겔 33장 1-9절] 본문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자의 사명이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그 사명을 감당하는 자의 행위를 정당화해주는 말씀입니다. 3장에서 이미 한번 강조된 바 있는 이 말씀은, 에스겔이 처한 상황을 돌이켜볼 때 예언자를 겁주는 말씀이기보다는 격려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스겔은 지금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괴로움을 당하게 된 이유가 자신들의 죄 때문이라고 말해야 하는 난감한 계시를 받았는데, 빤히 괴로워하는 줄 알면서 위로가 아닌 경고의 말을 해야 하는 에스겔의 마음이 가벼울 리 없습니다. 그래서 3장에서는 에스겔이 두려움 없이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에스겔의 이마를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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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묵상 – 에스겔 32장 17-32] 우리는 할례에 관하여 성경을 통해서 주로 듣게 되기 때문에 마치 할례는 이스라엘 사람들만의 독특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아브라함보다 한참 전인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 애굽에서는 할례를 행하고 있었고, 암몬, 모압, 에돔 등의 서부 셈족은 할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은 할례를 하나님과의 약속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창17:10) 다른 민족들보다 훨씬 엄격하게 지켰고, 할례를 행하는 방식이나 시기도 주변국들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스라엘 자신이 할례를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할례를 하는 민족과 그렇지 않은 민족을 구분하여 인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굽이 심판을 받아서 ‘할례를 받지 아니한 자와 함께 눕는다’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보..
[아침묵상 - 에스겔 29장 1-16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불편한 정의보다 익숙한 불의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의 보수적인 심리를 잘 대변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만일 새로운 지배자가 과거의 지배자보다 더 악랄하다면 사람들은 과거의 지배자를 이상화하기까지 하는데, 그것이 또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에 담긴 과거 회귀적인 심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애굽(이집트)에 대한 심판의 메시지는 이스라엘 주변의 다른 나라들에 대한 심판 선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애굽을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애굽은 구관이고 앗시리아나 바벨론은 새로운 지배자들이었는데, 그 새로운 지배자들은 구관에 비해 더 잔인하고 탐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그 주변의..
[아침묵상 – 에스겔 28장 1-19절] 두로는 시돈과 함께 고대 페니키아 문명의 핵심도시입니다. 페니키아는 현재 유럽인들이 사용하는 형태의 알파벳을 최초로 사용한 문명이라고도 하고, 철기시대 초기(BC1200~800)에 상업, 과학기술, 항해기술 등을 통해 문명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에스겔 27장을 보면 두로가 거래하고 다니던 지역들과 거래한 물품, 그들의 다양한 기술과 부유함에 대하여 길게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로는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지도상에서 두로를 보면 점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두로의 영향력은 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목록들 만큼이나 넓고 컸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신이라고 높였다(2절)고 했는데, 이는 두로의 왕이 애굽의 왕처럼 큰 권..
[아침묵상 - 에스겔 25장 1-17절] 이스라엘과 그 주변국들의 관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강자가 나타나면 서로 연합하여 대항하고, 강자의 위협이 없을 때는 자기들끼리 이합집산하며 먹고 먹히는 역사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 암몬 사람들이 “꼴 좋다!”고(3절) 조롱했다는 것과 모압 사람들이 “너희들도 별수 없구나”(8절) 하고 비아냥거렸다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필요할 때 서로 연합하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 서로에 대한 앙금이 쌓여 있는 관계였습니다. 적대적인 관계에서 적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것은 예언자들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다른 나라의 예언자들도 같은 역할을 했으며, 모압왕 발락이 예언자 발람을 초청하는 기사에서 볼 수 있는 ..
[아침묵상 – 에스겔 24장 15-27절] 우리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상실감의 무게를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속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생 서로 의지하며 해로하던 부부 중에는 한쪽이 먼저 떠나면 그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서 얼마 후에 먼저 간 사람을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도 상실감의 무게를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에스겔이 아내를 잃게 됩니다. 이역만리 남의 땅에서, 그것도 포로의 몸이 되어 겪는 크나큰 아픔입니다. 이런 큰일을 겪은 후에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면 우울증 같은 병이 나게 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은 후에 시체에서 냄새가 나더라도 바로 땅에 묻어버리지 않고 일정한 시간 동안 장례를 치르는 ..
[아침묵상 – 에스겔 24장 1-14절] “죄로부터의 자유”를 “죄책감으로부터의 자유”로 잘못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회개라는 것이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일인 줄로 착각해서 그렇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먼저 심리적인 압박을 최소화하는 현대 심리상담을 잘못된 방향으로 어설프게 적용하다가 그렇게 된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영악한 기득권자들이 사람들의 죄책감을 악용하는 것도 사실이고, 과도한 죄책감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죄책감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거듭남도 태어남의 일종이기 때문에 오랜 인내와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의 진통이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죄책감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