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아침묵상 – 요엘 2장 1-17절] 선지자 요엘이 대언하는 “여호와의 날”은 최후의 심판에 관해 흔히 알려진 이미지 그대로 무섭고 위협적인 날입니다. 하나님의 군대가 천지를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등장하며(5절), 그 위압감이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의 빛을 가릴 정도입니다(10절). 여호와의 날이 이처럼 위협적인 모양으로 나타난 이유는 분명합니다. 도무지 하나님께 돌아올 줄 모르는 백성들에게 심판의 실재(實在)와 실제(實際)를 일러둠으로써 마음을 돌이켜 여호와께 돌아올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화감을 조성하여 폭력적인 방식으로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것은 상당히 거북스러운 일입니다. 특히나 수준 높은 인문/사회과학을 섭렵한 현대인들에게 이런 방식의 회개요청은 격한 거부와 경멸의 대상이 ..
[아침묵상 – 호세아 14장 1-9절] 회개란 자아 성찰을 통해 득도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죄를 깨달음으로써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그 깨달음과 인식을 통해 온전하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지속적인 거듭남의 과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깨달음은 깊을수록 좋고, 인격은 온전할수록 좋을 것입니다. 깨달음이나 인격 같은 것을 다 필요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오직 믿음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모든 신앙적 연단의 과정, 특히 회개와 같은 거듭남의 과정에서 절대로 생략될 수 없는 핵심이 ‘자비로우신 하나님께 돌아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돌아감에는 과거의 잘못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말..
[아침묵상 – 호세아 13장 1-16절] 성경에서 교만은 하나님 앞에 선 성도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중대한 잘못, 혹은 잘못의 근원으로 지목됩니다. 교만이란 자신을 높이고 주변을 낮추는 마음이어서, 자기 안의 교만을 다스리지 못한 사람은 결국 하나님까지도 멸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어떻게 교만을 다스려야 하는지에 관한 말씀은 듣지 못하지만, 무엇이 사람 안에서 교만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들을 수 있습니다. 우선 교만은 강함에서 시작됩니다(1절). ‘에브라임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떨었다’는 증언은 에브라임 지파가 호세아의 시대에 이르러 가장 강력한 지파였고, 발언권이 강한 지파였음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강함이 에브라임을 하나님 앞에서 교만하게 하고 범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