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4월 19일 마가복음 15장 1-15절 본문
[고난주간 묵상 : 마가복음 15장 1-15절]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에 죽으심을 묵상하는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되는 예수님은 처절할 정도로 외면당하고 버림받은 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모습은 이사야서가 증언하는 고난받는 종에 대한 예언이 성취되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예수라고 하는 존재를 통해서 용서받지 않으면 안 되는 죄의 본질적인 한 측면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모든 사람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셨다는 것은, 그 죄, 다시 말해서, 벌금(대속제물)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신의 자기희생에 의해서만 온전한 용서(구원)에 이를 수 있는 죄가 다름 아닌 하나님을 외면한 죄임을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개신교인 중에는 “하나님을 외면한 죄”라고 말하면 대뜸 ‘교회 열심히 안 나간 죄’나 ‘헌금 성실하게 안 한 죄’ 등과 같은 비본질적이고 율법주의적인 죄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죽음으로 갚지 않으면 안 될만한 큰 죄는 하나님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때 나타나는 우상숭배의 죄라고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 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자신의 주인으로 삼은 죄’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선지자들의 시대에는 바알이나 몰렉 같은 신들을 숭배하는 형태로 나타났고, 예수님의 시대에는 하나님의 이름은 간판으로만 걸어놓고 돈과 권력을 숭배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형태의 죄는 오늘날까지도 지배자들과 기득권자들의 “영적 혈통”에 고스란히 유전되어 나타났습니다. 성폭력, 세습, 거짓과 권모술수, 온갖 불법과 비리로 얼룩진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바로 예수님으로 하여금 철저하게 외면당한 죽음을 맞이하게 한 우리의 죄악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잘못을 저지른 목사나 중직자들에게만 죄를 전가하려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목사 안수도, 학위도 모두 거짓으로 속여서 담임목사가 된 자에게 96.42%의 지지율을 보여주는 회원(성도가 아니라)들이 버티고 있는 한, 예수께서는 오늘도 외면당한 채 십자가의 길을 걸으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신이 무엇입니까? 하나님입니까? 아닙니다. 으리으리하게 지어진 예배당과 거대한 군중의 힘, 그것이 하나님을 대체한 그들의 신입니다.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보다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외면당한 채 고난과 죽음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의 죄를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죽음에 이르는 죄가 없는지 돌이켜보며, 십자가를 통해 제시된 생명의 길을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하여 기도하며 걷는 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가복음 15장 1-15절]
1 새벽에 대제사장들이 즉시 장로들과 서기관들 곧 온 공회와 더불어 의논하고 예수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겨 주니
2 빌라도가 묻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 말이 옳도다 하시매
3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고발하는지라
4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
5 예수께서 다시 아무 말씀으로도 대답하지 아니하시니 빌라도가 놀랍게 여기더라
6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요구하는 대로 죄수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더니
7 민란을 꾸미고 그 민란중에 살인하고 체포된 자 중에 바라바라 하는 자가 있는지라
8 무리가 나아가서 전례대로 하여 주기를 요구한대
9 빌라도가 대답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
10 이는 그가 대제사장들이 시기로 예수를 넘겨 준 줄 앎이러라
11 그러나 대제사장들이 무리를 충동하여 도리어 바라바를 놓아 달라 하게 하니
12 빌라도가 또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면 너희가 유대인의 왕이라 하는 이를 내가 어떻게 하랴
13 그들이 다시 소리 지르되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14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하니 더욱 소리 지르되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15 빌라도가 무리에게 만족을 주고자 하여 바라바는 놓아 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 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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