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4월 2일 예레미야 41장 1-18절 본문
사반의 증손자 그다랴가 바벨론에 의해 유다의 총독으로 세워진 것은 바벨론의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고려한 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반은 요시야왕의 개혁에 깊숙이 참여했던 서기관이고, 요시야왕은 이집트의 파라오 느고에게 죽임을 당했으므로, 사반의 증손자가 이집트에 대해 무조건적인 호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다랴가 그 자리에서 오래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도록 하는 정황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오랜 농성전과 패배의 후유증, 바벨론의 잔인한 전후처리 등으로 유다 사람들의 감정이 격해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바벨론 왕이 유다의 왕 시드기야에게 한 일은 유다인들에게는 깊은 상처와 분노를 남겼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벨론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지도자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는 분명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 바벨론 동맹(유다, 암몬, 모압, 에돔, 시돈, 두로 등)의 네트워크가 아직 살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왕의 친척이며 신하였던 이스마엘이 암몬의 왕과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다랴를 암살하라는 지령까지 받았다는 제보(렘40:15)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죽이려는 자는 치밀하고 잔인했던 데 비해 죽은 자는 순박하고 고지식했던 것 같습니다. 요하난이 그다랴에게 이스마엘의 암살 계획에 대해 미리 알려주었을 때, 그다랴는 그럴 리가 없다며 오히려 요하난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버립니다. 자기 동족, 혹은 동족의 왕족에 대한 신뢰였는지, 이스마엘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난세에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에 비해 이스마엘은 철저하게 자신의 암살 임무를 수행합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을 모두 죽이고, 이틀씩이나 암살에 대한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단속했으며, 심지어 그 지역을 지나서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하던 80명의 사람을 비밀유지를 위해 죽여서 구덩이에 묻어버리기까지 합니다. 칼은 날카로운데 방패는 물렁물렁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간 비극의 연속입니다. 이 비극들은 선지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의 죄의 결과라고 선포되었습니다. 피해갈 수 없었던 자업자득이라고 해석되었던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그 와중에 덜 아픈 매, 덜 고통스러운 길을 제시하려 했으나 계속해서 거절당합니다. 다들 난세의 영웅이 되려고만 했지, 자기가 ‘영웅 놀이’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게 될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호랑이가 물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은 단순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인생사의 중요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감정이 격해질수록, 용기를 잃지 않고 분별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법인데,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과격하고 단순한 해법에 매달리곤 합니다. 조급함과 두려움이 심장을 집어삼켰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의 길이 끊어진 자리에서 신앙의 힘이 빛을 발휘합니다. 암담하고 길이 보이지 않을수록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기도하는 믿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내게 되지 않을까요?
[예레미야 41장 1-18절]
1 일곱째 달에 왕의 종친 엘리사마의 손자요 느다냐의 아들로서 왕의 장관인 이스마엘이 열 사람과 함께 미스바로 가서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이르러 미스바에서 함께 떡을 먹다가
2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과 그와 함께 있던 열 사람이 일어나서 바벨론의 왕의 그 땅을 위임했던 사반의 손자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칼로 쳐죽였고
3 이스마엘이 또 미스바에서 그다랴와 함께 있던 모든 유다 사람과 거기에 있는 갈대아 군사를 죽였더라
4 그가 그다랴를 죽인 지 이틀이 되었어도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더라
5 그 때에 사람 팔십 명이 자기들의 수염을 깎고 옷을 찢고 몸에 상처를 내고 손에 소제물과 유향을 가지고 세겜과 실로와 사마리아로부터 와서 여호와의 성전으로 나아가려 한지라
6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그들을 영접하러 미스바에서 나와 울면서 가다가 그들을 만나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로 가자 하더라
7 그들이 성읍 중앙에 이를 때에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자기와 함께 있던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을 죽여 구덩이 가운데에 던지니라
8 그 중의 열 사람은 이스마엘에게 이르기를 우리가 밀과 보리와 기름과 꿀을 밭에 감추었으니 우리를 죽이지 말라 하니 그가 그치고 그들을 그의 형제와 마찬가지로 죽이지 아니하였더라
9 이스마엘이 그다랴에게 속한 사람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던진 구덩이는 아사 왕이 이스라엘의 바아사 왕을 두려워하여 팠던 것이라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그가 쳐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거기에 채우고
10 미스바에 남아 있는 왕의 딸들과 모든 백성 곧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에게 위임하였던 바 미스바에 남아 있는 모든 백성을 이스마엘이 사로잡되 곧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그들을 사로잡고 암몬 자손에게로 가려고 떠나니라
11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그와 함께 있는 모든 군 지휘관이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행한 모든 악을 듣고
12 모든 사람을 데리고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과 싸우러 가다가 기브온 큰 물 가에서 그를 만나매
13 이스마엘과 함께 있던 모든 백성이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그와 함께 있던 모든 군 지휘관을 보고 기뻐한지라
14 이에 미스바에서 이스마엘이 사로잡은 그 모든 백성이 돌이켜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에게로 돌아가니
15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여덟 사람과 함께 요하난을 피하여 암몬 자손에게로 가니라
16 가레아의 아들 요하난과 그와 함께 있던 모든 군 지휘관이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죽이고 미스바에서 잡아간 모든 남은 백성 곧 군사와 여자와 유아와 내시를 기브온에서 빼앗아 가지고 돌아와서
17 애굽으로 가려고 떠나 베들레헴 근처에 있는 게롯김함에 머물렀으니
18 이는 느다냐의 아들 이스마엘이 바벨론의 왕이 그 땅을 위임한 아히감의 아들 그다랴를 죽였으므로 그들이 갈대아 사람을 두려워함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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