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11월 15일 역대하 1장 1-6절 본문
[역대하 1장 1-6절]
1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왕위가 견고하여 가며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사 심히 창대하게 하시니라
2 솔로몬이 온 이스라엘의 천부장들과 백부장들과 재판관들과 온 이스라엘의 방백들과 족장들에게 명령하여
3 솔로몬이 온 회중과 함께 기브온 산당으로 갔으니 하나님의 회막 곧 여호와의 종 모세가 광야에서 지은 것이 거기에 있음이라
4 다윗이 전에 예루살렘에서 하나님의 궤를 위하여 장막을 쳐 두었으므로 그 궤는 다윗이 이미 기럇여아림에서부터 그것을 위하여 준비한 곳으로 메어 올렸고
5 옛적에 훌의 손자 우리의 아들 브살렐이 지은 놋제단은 여호와의 장막 앞에 있더라 솔로몬이 회중과 더불어 나아가서
6 여호와 앞 곧 회막 앞에 있는 놋 제단에 솔로몬이 이르러 그 위에 천 마리 희생으로 번제를 드렸더라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를 드리고 꿈에 찾아주신 하나님께 지혜를 구한 말씀을 솔로몬의 정성과 그 정성에 감복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만 생각하게 되면 굉장히 큰 신앙적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많이 드리면 크게 받고 적게 드리면 적게 받는다는 식의 기복주의적 신앙이 나타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기브온 산당에서 나타나셔서 지혜를 주신 것은 중요한 신앙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 단지 솔로몬이 일천번제라는 큰 정성을 드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선, 기브온 산당은 그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장소였습니다. 여호수아의 정복전쟁 중에 유일하게 피를 흘리지 않고 점령한 곳이 기브온이었고, 광야 40년 동안 이스라엘과 함께 했던 모세의 성막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은 다윗이 피를 많이 흘린 것 때문에 성전 건축을 할 수 없었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 거룩한 처소는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모세의 성막은 하나님의 동행(同行)의 역사를 대변하는 성물이며, 솔로몬의 성전은 하나님의 동거(同居)를 알리는 상징입니다.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것은, 모세가 호렙산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이나 다윗이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은 것과 같은 무게를 지니는 사건입니다. 그러한 만남들은 모두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들이었고,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을 만나주심으로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하셨습니다. 그 새로운 역사는 바로 성전을 통한 동거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점은,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는 천마리나 되는 제물을 한번에 모두 태워서 드리는 번제로 온전히 드린 것에 대한 댓가가 아니었다는 사실니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이 그의 바램대로 왕국을 잘 다스리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시기 위해 지혜를 주셨고, 무엇보다 그가 완수해야 할 중요한 사명인 성전건축을 위해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셨습니다. 이로써 여부스 산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성전은 인간의 지혜로 세운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세운 성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정성을 드렸다는 것에 만족하는 기도자가 되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명을 발견하기 위해 기도하는 기도자가 됩시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응답하신 것은 그가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지, 많이 바쳐서가 아님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바울사도가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롬 11:29)하고 가르친 것을 기억합시다. 소명과 더불어 그 소명을 위한 은사를 받은 사람이 가장 제대로 받은 사람입니다. 기브온 산당의 일천번제와 하나님께서 주신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는 바로 그러한 기도 응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되어야 합니다. 지금 혹시 우리가 필요도 없는 것을 부질없이 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개인의 이익과 영달만을 위한 기복주의적인 기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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