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자
9월 20일 열왕기상 19장 9-18절 본문
[열왕기상 19장 9-18절]
9 엘리야가 그 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머물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10 그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
11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 하시더니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12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에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13 엘리야가 듣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가 굴 어귀에 서매 소리가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14 그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
15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너는 네 길을 돌이켜 광야를 통하여 다메섹에 가서 이르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하고
16 너는 또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고 또 아벨므홀라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대신하여 선지자가 되게 하라
17 하사엘의 칼을 피하는 자를 예후가 죽일 것이요 예후의 칼을 피하는 자를 엘리사가 죽이리라
18 그러나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맞추지 아니한 자니라
“어째서 여기 있느냐?” 혹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400km가 넘는 광야길을 죽도록 달려온 엘리야에게 떨어진 하나님의 질문입니다.
달리는 일에 집중해 있는 사람은 주변을 잘 보지 않게 됩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주위를 둘러보면서 달려온 사람은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자기 위치가 대략 감이 오겠지만, 오로지 달리는 일에만 열중해 온 사람은 한동안 멈춰 서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던지신 질문은 잠시 멈춰서라는 신호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엘리야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이 유별하오니”라는 말이 엘리야의 이런 성향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엘리야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하나님, 다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달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바위를 부술 만큼 강한 바람과 지진과 불이 지나간 다음에, 세미한 소리 가운데에서 엘리야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엘리야의 대답은 같았습니다.
“하나님, 다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달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서 달리고 있었습니다.”
글자로 써놓았으니 알 길이 없지만,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심스럽게 나가서 대답한 두 번째 대답은 틀림없이 뭔가 다른 대답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엘리야의 첫 번째 대답과 두 번째 대답 사이에 그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묵상이 될 것 같습니다만,
그보다 하나님께서 세미한 소리가운데에서 엘리야에게 질문하셨다는 것이 더 깊이 묵상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두 번째 질문은 강하고 자극적인 것만 찾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뭔가 화끈하고 놀라운 기적을 갈구하는 사람은 앞에 지나간 바람과 지진과 불의 잔상에 집중하느라 세미한 소리 따위는 안중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야가 앞에 지나간 허상들에 빠지지 않고, 세미한 소리가운데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주십니다.
첫째 메시지는, ‘너 혼자 세상을 다 바꾸려고 하지 마라. (내가 너 말고도 하사엘과 예후와 엘리사를 통해 내 일을 하겠다.)’ 였고,
둘째 메시지는, ‘네 눈에 안 보인다고 너만 남았다고 착각하지 마라. (내가 칠천 명을 더 남길 것이다.)’ 였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너무 앞만 보고 달리지 맙시다.
혹은 실제로는 달리지 않으면서 마음만 바빠서 허둥대지도 맙시다.
그리고 혼자 의로운 척하면서 외로워하지 마시고, 함께 신앙생활하는 여러분 곁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남기신 7천명 중 한명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합시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거창한 사건들 가운데서가 아니라 세미한 소리 가운데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을 던지실 때,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신앙인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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